아이유, 전곡이 명곡…주경기장 가득 채운 '3시간 떼창' [종합]

입력 2022-09-18 21:58   수정 2022-09-18 21:59


가수 아이유가 '꿈의 무대'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눈과 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환상적인 시간을 선물했다. 쉴 틈 없는 명곡의 향연, 감동을 배가하는 밴드 및 오케스트라 연주, 그리고 하늘에선 화려한 불꽃과 드론쇼가 펼쳐졌다. 3시간을 빼곡하게 히트곡으로 채울 수 있는 현 시대 최고의 솔로 가수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 순간이었다.

아이유는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골든 아워 : 오렌지 태양 아래'를 개최했다. 전날에 이은 2회차 공연이다.

'골든 아워 : 오렌지 태양 아래'는 2019년 이후 약 3년 만에 열리는 단독 콘서트이자, 아이유의 첫 올림픽주경기장 입성 공연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올림픽주경기장은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콘서트를 열 수 있는 장소다.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이번 공연에는 양일간 약 8만5000명의 관객이 운집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조용필, 서태지, 이문세, 이승철, 이승환, H.O.T., 신화, god, 동방신기, JYJ, 엑소, 방탄소년단, 싸이, 그리고 해외 가수로는 마이클 잭슨, 폴 매카트니, 콜드플레이, 레이디 가가 등이 주경기장에서 공연한 바 있다. 아이유는 올림픽홀, 체조경기장에 이어 데뷔 14주년을 맞은 올해 드디어 주경기장까지 접수하게 됐다. 국내 여성 솔로 가수 최초로 주경기장 무대에 올랐다.

뉘엿뉘엿 해가 지는 하늘은 공연명 '골든 아워 : 오렌지 태양 아래'의 의미를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황금빛·오렌지빛 석양의 분위기에 젖어들 때쯤, 그룹 방탄소년단(BTS) 슈가가 프로듀싱 및 피처링에 참여한 곡 '에잇'이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무더운 날씨 속 선선한 바람이 살짝 불어오는 가을 저녁 감성을 건드는 완벽한 시작이었다.

청명하고 탄탄한 아이유의 보컬이 공연장을 가득 채우자 객석에서는 환호가 쏟아졌다. 동시에 시작부터 화려한 불꽃이 하늘을 장식해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이어 아이유는 돌출 무대까지 걸어 나와 안무를 소화하며 '셀러브리티(Celebrity)'를 불렀다.


오프닝을 마친 아이유는 객석을 둘러보며 "오늘도 꽉 찼다. 3년 만의 공연으로 여러분께 정말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게 됐다. 어제보다 살짝 더웠는데 괜찮았냐. 별일 없었냐"며 팬들과 소통을 시도했다. 이어 "다행히 어제보다 오늘의 하늘이 더 예뻤다. 더워서 여러분들이 고생하시겠다 싶었지만, 꼭 노을이 질 때 '에잇'을 부르고 싶었다. 예전부터 기획했던 건데 오늘 하늘이 예뻐서 좋았다"고 말했다.

오프닝 무대 선곡에 대해서는 "3년 동안 신곡이 많이 나와서 그간 못했던 곡들을 한풀이처럼 해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이 데뷔 14주년이다. 어쩜 이렇게 용케 기념일에 콘서트를 할 수 있는지 난 운이 좋은 것 같다"며 행복해했다.

모든 좌석에는 방석이 깔려 있었다. 관객들이 편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한 아이유 공연의 시그니처인 '방석 역조공'이다. 이에 대해 아이유는 "저희 어머니가 직접 발주를 넣어서 한 달 반 전부터 열심히 준비한 것"이라며 "집에 갈 때 가져가시면 된다. 두고 가지 않으셔도 된다. 여러분들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유 공연 하면 이런 분위기였지'라고 느낄 수 있게끔 익숙한 곡들을 들려드리려고 한다"는 그는 이후 '이 지금', '하루 끝', '너의 의미', '금요일에 만나요'를 선보였다. 모든 무대가 팬들의 우렁찬 떼창과 아이유의 감미로운 하모니로 완성됐다. 아이유는 중앙 본 무대와 돌출 무대를 오가며 쏟아지는 뜨거운 응원에 화답했다. 공연 초반부터 인이어에 문제가 발생하는 불편함이 있었음에도 내색하지 않고 팬들과 호흡한 아이유였다.


특히 '스트로베리 문(Strawberry moon)' 무대에서는 열기구를 타고 공연장을 한 바퀴 돌며 노래를 불러 선물 같은 순간을 만들었다. 곡의 환상적인 무드를 더욱 짙게 만드는 아름답고 몽환적인 연출에 객석에서는 연신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 역주행으로 큰 화제가 됐던 '내 손을 잡아'까지 선보였다. 파워풀한 밴드 사운드에 시원한 아이유의 보컬이 더해져 짜릿한 쾌감을 만들어냈다.

무대를 마친 후 아이유는 "2, 3층 관객분들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고 싶어서 잠실에 달을 띄워봤다"며 "올해가 공연한 지 10년 차가 되는 해인데 처음으로 런스루를 하지 못하고 공연을 했다. 금요일에 비가 많이 와서 기술팀과 하나도 맞춰보지 못하고 어제 첫 공연을 시작했다. 비바람을 맞으며 달을 탔는데 정말 너무 무서워서 '하지 말까'라는 생각도 했는데 오늘 보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공연을 못 하던 3년 사이에 '스트로베리 문'도 나오고 '내 손을 잡아'가 갑자기 역주행했다"면서 "역대급 떼창이 나왔다. 소름 돋았다"며 팬들의 열띤 반응에 기뻐했다.

이번 공연에서 마지막으로 선보이는 곡도 있었다. 아이유는 이를 '졸업'이라고 칭했다. 향후 아이유의 공연에서는 '좋은 날'과 '팔레트' 두 곡을 만나볼 수 없을 전망이다.

먼저 '팔레트'에 대해 아이유는 "내가 너무 사랑하는 곡"이라면서도 "스물다섯 살 때 이 노래를 작사, 작곡하고 정말 소중하게 가지고 있으면서 불렀는데 이제 30대가 됐다. 이 노래는 스물다섯 살의 지은이에게 남겨주려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곡을 부를 때가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때였는데, 지금도 그때처럼 좋은 순간들을 만나고 있다. 계속 이 곡을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또 '좋은 날'에 대해서는 "나의 가장 큰 히트곡이자 출세곡"이라면서 "늘 터지는 곡이다. 3단 고음을 하고는 늘 퇴장했다. 세트리스트를 짤 때 매번 비슷한 진행이 되는 게 아쉬웠다"면서 "새로운 공연을 하려면 이런 시도가 필요할 것 같았다. 더 재밌는 공연을 만들려고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3단 고음까지 '좋은 날'을 완창한 후에는 "마지막인데 괜찮았죠?"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아이유는 '블루밍(Blueming)', '어젯밤 이야기', '라일락'까지 잇달아 부르며 공연의 열기를 더했다.

이날 게스트는 박재범이었다. 그는 아이유를 향해 "14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톱의 위치를 유지하고, 자기 관리도 잘하고, 앨범에 공연까지 다 완성도 있게 잘하는 게 정말 멋있다. 나도 같은 가수라서 이게 얼마큼의 노력과 희생을 해야 하는지 안다. 그래서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댄스팀 홀리뱅과 함께 아이유와 호흡했던 싱글 '가나다라' 무대를 선보였다.


볼거리가 많은 댄스곡으로 1, 2부를 채웠다면, 3부는 감미로운 아이유 표 보컬을 만끽할 수 있는 발라드로 완성됐다. 발라드 무대에서 주목할 점은 부드럽고 웅장한 느낌을 살리는 오케스트라가 함께했다는 점이었다. 차분하면서도 절절한 아이유의 가창에 오케스트라 연주가 더해져 극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진한 감성으로 '무릎', '겨울잠'을 부른 아이유는 두 곡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무릎'은 나라는 가수의 정체성에 가까운 곡이라 생각한다. 많이 알려진 노래는 아니어도 '무릎'을 꼭 이 무대에서 들려드리고 싶었다. '겨울잠'이라는 곡도 내가 만든 곡인데 '무릎' 썼을 때의 느낌을 많이 찾아보면서 쓰려고 했다. 내 마음속엔 '무릎'과 '겨울잠'이 한 세트다. 키도 같고, 노래 부를 때 감정선이 비슷해 이어서 부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 그는 '나만 몰랐던 이야기', '밤편지', '시간의 바깥'까지 부르며 몰입감을 높였다. 앞서 떼창을 하며 즐기던 관객들은 변화한 분위기에 맞춰 단숨에 숨죽여 노래를 감상하는 등 수준 높은 관람 태도를 보여 놀라움을 자아냈다. '시간의 바깥' 무대가 시작되기 전, 하늘에서는 드론쇼가 펼쳐졌다. 이어 아이유의 노래가 시작됐고, 다채로운 오케스트라 연주에 화려하게 터지는 불꽃, 힘 있는 댄서들의 안무까지 어우러지며 마치 한 편의 동화 같은 무대가 완성됐다.

앙코르로는 '러브 포엠', '아이와 나의 바다' 등을 준비했다. 노래를 마친 아이유는 '걸음마다 함께 할게. 우리는 완벽한 14년 지기 친구니까'라는 슬로건을 본 후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유는 "정말 안 올 줄 알았던 순간이 왔다. 2개월 정도 '결국엔 못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떨면서 보냈다. 진짜 이 순간이 왔다는 게 신기하다"면서 "귀에 약간의 문제가 있어서 조마조마하면서 공연을 준비했다. 심각한 건 아닌데 1년 전부터 귀를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겼다. 다행히 목 상태는 잘 따라줬는데 어제 공연 말미부터 귀가 좀 안 좋아져서 오늘 리허설까지 조금 지옥처럼 보냈다"고 고백했다.

이어 "첫 곡을 시작하면서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올라왔는데, 정말 오늘 공연은 여러분이 다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청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오늘 사실 거의 잘 들리지 않았는데 날 응원해 주고, 14주년을 축하해주려는 마음이 느껴졌다"며 팬들을 향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끝으로 그는 "감사하다는 말로는 작다. '사랑한다', '감사하다', '미안하다' 등 어떤 말도 작다. 너무 멀리 있다고 생각한 분도 있겠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저 끝에 있는 분들도 사랑한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면서 "오늘 공연을 통해 훨씬 더 겸손한 마음으로 노래를 열심히 할 것 같다. 10대 때부터 도전해오고 달려온 길에 어쩌면 이 무대가 마지막 도착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애초에 이런 큰 무대는 꿈꿔본 적도 없었다. 오늘의 기억으로 우쭐하지 않고 더 겸손한 마음으로 항상 무대에서 저를 응원해 주는 마음이 뭔지 되새기겠다"고 다짐했다.

"14년 차인데, 14년 더 가보겠습니다. 다음 공연은 이번 3년처럼 길지 않을 거라 약속드릴게요."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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